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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난 '대우 세탁기', 디자인 어떻길래

입력 2012-07-06 00:48 수정 2012-07-06 11:11

대우 세탁기 주문 밀려 매일 밤 특근
[J경제 르포] 대우일렉, 중남미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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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세탁기 주문 밀려 매일 밤 특근
[J경제 르포] 대우일렉, 중남미 공장 가보니

대박난 '대우 세탁기', 디자인 어떻길래이달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자리 잡은 가전 양판점 '비아나' 매장에서 점원이 줄자를 들고 대우일렉트로닉스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멕시코시티=김창우 기자]

대우일렉트로닉스. 1999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다. 이후 십 수년째 채권단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2009년엔 영상사업을 포기하고 백색가전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한때 1만2000명에 달하던 국내 본사 직원은 1300명으로 줄었다.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무산되면서 현재 네 번째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작업이 추진 중이다.

 이쯤 되면 기가 꺾일 만도 하다. 그런데 외려 직원들의 투지는 더욱 뜨겁다. 이달 1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이곳에서 만난 송희태(47) 멕시코 판매법인장은 "든든한 본사가 받치고 있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우리는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신세"라며 웃었다. 그는 육사를 나와 대우에 입사한 뒤 20년째 중남미에서 근무 중이다.

그와 함께 멕시코시티 중심가 인수르헨테스 거리에 자리잡은 가전제품 양판점 비아나 매장을 가봤다. 휴일을 맞아 가전제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매장 1층 한가운데는 대우일렉의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이 전시돼 있었다. 멕시코인들은 삼성·LG, 멕시코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마베 제품과 나란히 놓인 대우일렉 제품을 관심 있게 살펴봤다.

대박난 '대우 세탁기', 디자인 어떻길래
 멕시코에서 대우 제품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전자레인지는 올 들어 4월까지 시장점유율 32%로 선두다. 2010년 점유율 6% 수준이던 세탁기는 2년 새 세 배 이상인 2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2위로 올라섰다.

송희태 법인장은 "타코 같은 멕시코 음식을 자동으로 조리하는 기능을 넣은 전자레인지, 건조한 현지 날씨를 감안해 탈수 기능을 빼고 가격을 낮춘 세탁기처럼 현지 사정에 맞춘 제품을 내놓은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치열한 자세로 현지 고객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남미 사람들은 계약을 따지는 유럽·미국인들과는 달리 처음 만나자마자 '아미고(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최근의 성과는 오랜 인연을 통해 신뢰를 쌓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에 현지공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멕시코 생산법인장인 이성길(53) 상무는 "브랜드도 마케팅비용도 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가 1위 제품을 늘려나가는 것은 현지화를 통한 밀착 마케팅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페루의 전통 문양인 아스카 디자인을 넣은 세탁기가 페루에서 1위에 올랐고, 모아이 석상을 새긴 양문형 냉장고는 칠레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상무는 "750명이 근무하는 공장은 현재 밀려드는 주문으로 매일 오후 9시까지 특근을 하는 상황"이라며 "2010년 1억2000만 달러이던 매출이 올해는 2억 달러를 넘어서고, 공장 설립 20주년인 2015년에는 3억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남미를 포함한 해외시장에서의 호조로 대우일렉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멕시코와 중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미주총괄이 전체 해외법인 매출의 45%를 올리며 힘을 낸 덕이다. 대우일렉은 최근 전 세계 해외법인을 5개 지역총괄 체제로 재편했다. 미주총괄은 파나마에 자리잡았다. 파나마시티에서 만난 백종구(49) 파나마법인장은 "파나마는 자체 시장은 작지만 북미와 남미는 물론 미국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쿠바까지 아우르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 유통업체인 파나포토와 손잡고 쿠바에 진출해 세탁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백 법인장은 "쿠바 남부의 산티아고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항공기를 탔는데 일주일 뒤 그 비행기가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후에도 14시간씩 버스를 타고 현지를 찾은 덕에 신뢰를 얻었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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