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에 체류하는 필리핀 근로자들로부터 본국으로 송금을 의뢰받은 돈을 달러로 바꿔 8년여간 160억원 상당을 밀반출한 혐의(외환거래법 위반)로 필리핀인 7명을 검거, 총책인 리모(58)씨를 구속하고 중간모집책과 운반책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잡지 못한 운반책 등 35명을 추적 중이다.
93년부터 지금까지 불법체류 중인 리씨는 전국 각지의 중간 모집책을 통해 필리핀 근로자로부터 본국으로 송금을 의뢰받아 이를 달러로 환전한 뒤 라면 봉지에 100달러권으로 3천~5천달러씩 넣어 운반책에게 전달, 1회에 10여개의 라면봉지 안에 3만~6만달러를 숨겨 항공편을 이용해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씨는 1회 송금시 5천원을 수수료를 받고 자신이 관리하는 59개 은행계좌로 송금할 돈을 넣도록 했으며 이 계좌에 입금된 돈의 규모는 2004년 1월부터 이달까지 2만5천여명으로부터 의뢰받은 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씨는 회당 5천원의 송금 수수료를 받아 1억5천만원을 챙긴 한편 100달러당 약 800원의 환차익을 얻어 12억원 가량의 부당이득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또 급여 체불로 본국에 송금을 못하는 필리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송금해준 뒤 날짜 안에 갚지 않으면 주거지와 공장 등에 찾아가 빚 독촉을 하고 돈을 갚지 않고 필리핀으로 귀국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현지의 환치기 조직원을 동원해 협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불법체류 근로자들의 경우 통장개설이나 송금수속 과정에서의 신분노출 등을 우려해 불법송금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외화 밀반출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