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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방사능 가리비'로 굴양식? 검역당국 '나몰라라'

입력 2012-05-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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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굴 양식에 가리비 껍데기가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리비 껍데기 일부를 원전사고가 났던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가리비 껍데기가 방사능에 오염된 건 아닌지 어민들도 불안해 하는데, 정작 검역 당국은 '나몰라라' 합니다.

심층취재부 손용석 기잡니다.

[기자]

지난 3월 말 부산 가덕도.

해안가를 따라 가리비 껍데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어민들은 가리비 껍데기로 작업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가덕도 굴 양식업자 : 지금은 굴 (수확) 안 합니다. 이건 굴 포자(유생) 붙일 것. (채묘하는 건가요?) 네. (7월에) 이게 전부 물에 들어갑니다.]

국내 굴 생산의 80%를 담당하는 남해안에선 굴이나 가리비 껍데기를 이용한 수하식으로 굴을 키웁니다.

굴 유생이 조가비에 붙는 것을 채묘라고 하고, 채묘된 조가비는 경남 통영, 거제, 고성 등지로 옮겨져 본격적인 양식에 들어갑니다.

6월이나 7월경 채묘된 굴은 내년 겨울 식탁에 오릅니다.

원래 채묘를 위해 굴 껍질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수확량이 좋은 가리비 껍데기가 대세 입니다.

남해안 굴 양식업자들의 절반이 가리비 껍데기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가리비 껍데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굴 양식업자 : 전부 수입해 옵니다. 중국과 일본. 이건 일본산이고요.]

실제 가덕도에 잔뜩 쌓여 있는 가리비 껍데기들은 대부분 일본산이었습니다.

문제는 일본의 가리비 산지입니다.

주요 산지인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등은 모두 원전 사고가 터진 일본 동해에 위치합니다.

가리비를 많이 소비하는 도시에도 후쿠시마, 센다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른 일본산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가리비와 가리비 껍데기도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 있습니다.

[서균렬/서울대 핵공학과 교수 : 일단 가리비 겉엔 분명히 방사능 물질이 묻어 있을 겁니다. 이것을 작업하시는 분들은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1차 피폭을 받게 되는거죠. 그 굴을 섭취하게 되면 사람들이 2차로 (방사능을) 섭취하게 되죠.]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도 있지만 수입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 수입 물량이 2010년 91톤에 불과했지만 원전사고가 터진 지난해엔 3238톤으로 폭등했습니다.

올 들어선 지난 3월까지만 무려 1409톤이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이처럼 수입이 급증한 것은 일본에선 가리비 껍데기가 폐기물로 분류돼 거의 공짜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해안 굴 양식업자 : 일본에선 산업폐기물로 처리되거든요. 말그대로 쓰레기잖아요. 쓰레기. 거기서 가공을 해서 껍데기가 나올 거 아닙니까. 이건 쓰레기 처리야. 그러면 (폐기물 업체) 사장이 수입업자들하고 계약해서 보내는 거예요. 검역도 하지 않을 거고. 지금.]

직접 일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폐기물처리 담당자 : 양식하는 곳이나 어업소에서 나오는 가리비 껍데기는 쓰레기입니다. 해당 시나 마을에서 수거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에서 처리하기 힘들어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가서 이야기하면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를 직접 수입한 곳을 찾아봤습니다.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 수입업자 : 이건 일본산이거든요. 깨끗하다고 일본산을 많이 가져 가세요.]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가 대량으로 수입되는데 검역은커녕 주무 부처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 : 가리비 껍데기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식약청에서 관리하는 품목이 아닙니다. 양식이면 혹시 농림부에서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농림수산식품 검역본부 관계자 : 조개 껍데기는 식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대상 범위에 들 수 있다고 볼 수 없죠.]

[관세청 관계자 : 식품 검역 대상이 아니라면 그냥 통관이 가능합니다. 폐기물로 관리하지 않는 품목이라면 환경부도 관리하지 않겠지요.]

[환경부 관계자 : (가리비 껍데기의 경우) 폐기물로 수입 신고된 상황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방사능 뿐만이 아닙니다.

남해안에서 본 대부분의 가리비 껍데기들은 한눈에 봐도 더러울 뿐만 아니라 흙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흙은 병해충 오염 등의 문제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입이 금지됩니다.

[농수산식품부 식물검역부 관계자 : 식물엔 어떤 흙이 묻어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광물 등에 묻은 흙은 검역 자체를 하지 않고 있지요.]

일부 양식업자들도 불안해 합니다.

[남해안 굴 양식업자 : 일본 원자력이 지진 때문에 방사능이 누출됐다는데… 이게 어디서 오는지 우리도 정확히 모르고…. 그런 거 취재해 봐요. 우리 어민들 좋아지게.]

굴 조합도 마찬가집니다.

[통영 굴수하식수협 관계자 :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한 어민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그걸 저에게 물어보더라고요. 만약 방사능에 오염됐으면 저희는 더 심각하죠. 정말 굴 산업은 죽는 거거든요.]

아직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로 키운 굴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그런 굴이 식탁에 오르기 전에 유해, 무해 여부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부든, 농림수산식품부든 서로 미룰 게 아니라 책임있는 답변을 내놔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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