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홈런왕 최형우(29·삼성)가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형우는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장타력을 마음껏 뽐냈다. 0-0이던 1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선발 사도스키(30)의 시속 145㎞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00m의 우월 투런포를 쳐냈다. 앞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이승엽(36)이 홈에서 최형우를 맞이했다. 류중일(49) 삼성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와 '4번타자'의 홈런을 축하했다.
3-0으로 앞선 2회말 2사 1·3루에서 최형우가 다시 한 번 힘을 과시했다. 최형우는 사도스키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측으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만들었다. 롯데 우익수 이승화가 낙구지점을 찾으려 했지만, 공은 펜스 위 그물을 때렸다. 최형우는 멈추지 않고 달려 3루에 안착했다. 이날 최형우는 3타수2안타 4타점을 올렸다.
최형우는 18일 잠실 LG전에서 3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한 뒤 4경기에서 침묵했다. 그는 "차가운 날씨에 몸을 조금 사렸다"며 웃었다. 27일 대구구장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18도였다. 날이 풀리자 최형우의 배트에 힘이 붙었다. 류 감독이 "오늘부터 '실전 모드'로 경기를 치른다"라고 밝힌 날, 삼성의 4번타자가 진가를 발휘했다.
-9일 만에 안타를 쳤다."변명을 하나 해도 될까(웃음). 내가 추위에 약하다. 매해 4월에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오늘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훈련할 정도로 날이 따뜻했다. 날씨 덕인 것 같다."
-안타 2개가 모두 장타(홈런·3루타)였다."(롯데 선발) 사도스키가 지난해 삼성에 강했다(4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19). 시범경기지만 잘 치고 싶었다. '올해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홈런을 노린 것은 아니지만 강하게 스윙하려고 했다. 3루타는 사실 상대 외야수에게 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지난해에도 3개의 3루타를 쳤다. 발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웃음)."
-앞 타석에 이승엽이 등장한다. 팬들의 환호성이 큰데."처음에는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이승엽 선배와 함께 야구를 해본 적이 없지 않나. 그래서 당황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놀라는 것 자체가 이상하더라. 이승엽 선배는 국민타자 아닌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편안하다. 이승엽 선배와 함께 뛸 수 있는 것이 무척 영광이다."
-'이승엽 효과'가 있는가."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느낀다. 최근에 이승엽 선배의 성적이 좋지 않나. 투수가 승엽이 형을 거르면 나에게 타점 기회가 온다. 이승엽 선배가 치고 나가도 타점 기회가 생긴다.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승엽은 최형우를 '천재 타자'라고 부른다."이승엽 선배도 나와 야구한 적이 없지 않나. 선배의 칭찬이 부끄럽지 않게 정규시즌에서 '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라도(웃음)."
-정규시즌 개막이 다가오고 있다."준비를 잘한 것 같다. 남은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을 더 끌어올리겠다.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대구=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