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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고 '내게 맞는 집' 짓는 사람들

입력 2012-03-05 22:48 수정 2012-03-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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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고 '내게 맞는 집' 짓는 사람들20년 친구인 박철수(위)씨와 박인석씨는 아파트를 팔고 마련한 돈으로 살구나무윗집과 아랫집을 지었다. 지난해 1월 입주한 두 사람은 "무엇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늘 '좋은 집'을 꿈꾼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의 빨래는 뽀송하게 마르고 막 지은 밥 냄새가 가족들을 식탁으로 부르는 안락한 집이다. 마당까지 있으면 더 좋다. 이름 모를 풀이 꽃을 피우고 우거진 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비싼 집은 아니다. 보통 수준의 공사비를 들여 내 몸에 맞는 규모로 잘 지은 집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를 벗어날 이유가 없으니까.

"그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오래 머물러 살고 싶었다"고 박인석(52)씨와 박철수(52)씨는 말했다. 마당에서 꽃나무를 가꾸느라 땀을 흘리고 차 한 잔을 하며 마당을 둘러보는 일상 말이다. 흔한 욕심이지만, 매일 매일의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둘이서 분당 47평 아파트와 서울 중계동 41평 아파트를 각각 팔고 경기도 용인에 단독주택을 지은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두 사람은 용인 수지 죽전택지개발지구에 경사가 있는 땅을 위아래로 샀다. 윗집박인석씨는 123평의 땅에 98평(실제 사용하는 각층 바닥면적의 합계)의 이층집을, 박철수씨는 102평의 땅에 79평짜리 이층집을 지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집 짓기를 함께 계획한 건 아니었다. 박인석씨가 먼저 집터를 알아봤다. 2년 가까이 위치와 교통, 땅값까지 세심하게 조사했다. 마땅한 터를 찾자 땅값에 공사비를 더해 예산을 잡았고, 20년 친구인 박철수씨에게 말했다. "아파트 팔면 다 돼. 같이 집 짓고 살자."

 땅을 계약하고, 아파트가 쉽게 팔리지 않아 결국 급한 대로 전세를 내놓고, 공사비를 보통 수준으로 조정하고…. 우여곡절 끝에 지은 두 집의 이름은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이다. 집 서쪽의 공원부지에 100년은 돼 보이는 살구나무가 있어서다. 두 집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자리 잡아 이름으론 제격이었다. 윗집은 박인석씨 가족이, 아래는 박철수씨 가족이 산다. 지하주차장과 창고를 갖춘 이층집들이다.

살구나무집에는 지난해 1월 10일 이사했다. 입주하고 두 번의 겨울이 지났다. 박인석씨는 가장 달라진 점으로 생활패턴을 꼽았다. 집 밖으로 나가는 빈도가 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우선 아침마다 신문을 가지러 대문을 나가고 우편물이나 택배도 챙겨야 한다. 겨울에 눈이 오면 눈을 쓸러 대문 밖을 나간다. 날이 풀리는 봄은 더 바쁘다. 가지치기를 하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 박철수씨는 "이제야 인간답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이웃이 생긴 일이다. 담넘어 보이는 마당의 화분, 담장의 생김새와 대문의 모양이 이웃과의 대화에 물꼬를 터준다. "그 화분 어디서 사셨어요?" "대문에 무슨 칠을 한 건가요?" 현관문을 닫으면 단절되는 아파트의 생활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제법 친한 이웃도 몇 생겼다. 얼마 전엔 한 이웃이 영덕 대게를 샀다며 초청을 했다. 살구나무 아랫집에 세 가족이 모여 대게를 뜯으며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집으로 생활이 달라진 것은 김정애(53)씨도 비슷하다. 김씨 부부는 충남 금산에 작은 단독주택(이하 금산주택)을 지어 지난해 6월 입주했다. 부부가 집을 짓기로 결심한 것은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면서부터다. 서울에서 살아야 하나,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집을 마련하나 고민하다 문득 금산을 떠올렸다.

금산은 남편이 일하는 학교가 있어 자주 들르는 곳이었다. 일 때문에 며칠이라도 머물라면 숙소도 마땅치 않아 불편했던 참이었다. 우려도 있었다. 도시에 익숙한 부부가 시골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다. 결국 최소한의 편안함을 기준으로 작고 단순한 집을 짓기로 했다. 작은 집에서 천천히 이곳의 자연과 친해져 보기로 했다.

일자형의 한옥 스타일로 지어진 금산주택은 보기에도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남이 보기에도 편안한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생각이 깃들었다. 김씨는 "모처럼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맞춘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집에는 그 흔한 텔레비전도 두질 않았다. 방은 겨울이면 따끈한 온돌바닥을 느낄 수 있는 좌식이다. 동네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이웃들은 서로 어울려 지내는 시골 고향집 같다.

김씨는 마루 끝에 앉아 '계절을 상상하는 일'도 즐긴다. 가지만 앙상한 감나무를 보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가을을 상상한다. "봄에는 마당에 찔레꽃을 심어야지"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아직 피우지 않은 꽃 향기를 맡은 기분이다. "이 맛을 알게 되면 누구라도 시골을 택할 것"이라는 그는 "아파트에선 즐길 수 없는 삶"이라고 덧붙였다.
 
전제는 잘 지은 '좋은 집'

달라진 생활패턴은 위의 두 집이 '잘 지어진 좋은 집'이라는 전제가 있어서다. 김정애씨가 말하는 좋은 집은 "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집"이다. 그러기 위해선 손이 많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공간이 커도 감당이 되지 않으니 최소한의 크기로 지어달라고 했다. '진력이 나지 않으면서 검소하고 소박한 집'이 김씨가 건축가에게 요구한 집이다.

금산주택의 건평은 21평인데 그나마도 마루를 빼면 13평이다. "집이 한 번도 좁다고 느낀 적이 없다"는 그는 "손님들도 정말 21평이냐고 되묻는다. 같은 평수라도 아파트였다면 분명 답답하고 닫힌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며 "집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설계의 중요성은 박인석씨와 박철수씨도 재차 강조하는 부분이다. 박인석씨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겨울에 추운지,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지"라며 "사실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춥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는 앞뒤만 외벽이고, 아래 위 옆이 다른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단독주택은 사방이 외벽이다. 단독주택이 춥지 않다는 말은 보통 수준의 난방비를 들여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뜻이다. 거실을 기준으로 한 평균 온도는 21.5~22.5도다. 추우면 옷을 껴입고, 더우면 옷을 가볍게 입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이다. 외벽은 집의 단열로 이어지는데, 단열이 잘 되고 난방비를 보통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역시 집의 설계가 중요하다.

박철수씨와 박인석씨가 말하는 좋은 집의 조건은 '보통 수준의 공사비를 들인 실용적이고, 품격 있는 집'이다. 실용적인 집은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으며 적정한 전기료와 가스비를 내는 집이다. 품격있는 집이란 막 지어도 10년이 된 것 같고 10년이 지나도 막 지은 것 같은집을 말한다. 멋이 오래 지속되고 싫증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보통 수준의 공사비다.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비싼 작품주택과, 날림으로 지은 싸구려 집 공사비의 중간이다. "작품주택의 공사비를 저렴하게 봐서 650만~750만원(평당)이라 치고 집장사 집이 250만~350만원이면 보통 수준의 집 짓기는 그 중간인 460만~48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두 사람은 얘기했다.

집은 동네 풍경에도 도움이 되야한다. 옆집과 앞집은 물론 동네 다른 집들과 어울려야 한다. 혼자 튀는 집은 구경거리는 되지만 품격이 있다곤 할 수 없다.

● 획일적인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 건축주가 미리 알아둬야 할 네 가지 조건

① 가족 모두가 공모자여야 한다. 돈을 버는 사람이 결정할 일도, 아이들 때문에 희생할 일도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동조자가 돼야 집 짓는 과정이 행복하다.
② 낭만적이거나 로망에 가까운 집 짓기로부터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아파트 생활이 답답해서 무턱대고 시골로 떠났다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에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겐 도시적 감수성이란 게 있다. 이상형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하면 집터도 결정된다.
③ 집터는 가족 모두가 동등하게 최소한의 희생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가족들을 위해 누군가 2시간 넘는 출근길을 감내한다면 그 집터는 바람직하지 않다.
④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건축가를 만나야 한다. 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비용을 확실히 정한 후 내 자산 규모에 맞고 내 몸에 맞는 집을 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건축가다.

이 네 가지만 잘 결정되면 다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 대부분이다.

- 아파트와 바꾼 살구나무집, 얼마 들었을까

시가 8억원 상당이었던 서울 중계동 40평형 아파트를 팔고 지은 살구나무 아랫집의 비용은 이렇다.

땅은 102평 규모를 4억에 지불했다. 내것으로 명의를 이전하는 세금(취득세와 농특세)도 든다. 땅 값의 6%정도다.

건축가 조남호씨에게 준 설계비는 5000만원이다. 설계비 외에도 감리비가 드는데, 설계자가 감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생각에 살구나무집 감리도 조남호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5000만원은 감리비 1000만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건축공사비는 평당 486만원이 책정됐다. 집은 지하주차장과 1·2층을 포함한 바닥면적이 79평이다. 여러 차례 조정을 거치고 총 공사비로 3억9000만원이 정해졌지만 실제로 집을 지으며 추가비용이 발생해 결국 평당 500만원, 총 공사비 4억이 들었다.

각종 제세공과금과 인입비도 있다. 가스와 전기 상하수도를 집으로 들어오게 하는 각종 설비 인입비로 총 2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모두 합한 총 비용은 8억 7000만원이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gnang.co.kr/사진=최명헌 기자/일러스트=장미혜>



이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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