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12-12 오전 10:02:12수정 2016-12-12 오전 11:01:03
눈물, 사연, 감동. 31회를 맞이한 국내 최고 권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는 대상 수상자들의 감동적인 사연도 많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대리 수상을 했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 한 뜻밖의 수상자, 한 앨범으로 신인상과 다음해 대상까지 거머쥔 '사건'도 있었다. 국내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가요 시상식답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있다. 올해는 또 새로운 사연을 써내려갈까. 제31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1월 13일과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7·8홀에서 개최된다.
"아빠가 보고 싶어요."
김현식은 1990년 11월 1일 지병인 간경화로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사후 1991년 1월 발표된 유작 6집은 크게 히트한다. 타이틀곡 '내 사랑 내 곁에'는 고인 특유의 거친 목소리와 애절한 가사로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병원에서 탈출해 녹음한 곡들이 미완으로 남겨지자 그의 지인들이 완성시킨 앨범이다. 그해 200만장에 아까운 판매고를 기록했고 유력한 골든디스크 대상 후보 중 한 명이었다. 1991년은 유난히 히트곡도 많았다. 신승훈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이승환 '너를 향한 마음'·이상우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노사연 '만남' 등 쟁쟁했다.
정작 수상자는 세상에 없었다. 대리 수상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디. 고인을 친형처럼 따른 김장훈이 유력했으나 그는 사무국의 요청에도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인으로서는 좋은 기회지만 형을 딛고 일어서는게 싫다"는 당시 신인가수 김장훈의 설명. 결국 골든디스크 사무국의 결정은 고인의 아들 김완제(당시 9세)의 대리 수상이었다. 아들은 무대에 올라 아버지 대신 대상을 수상하며 "아빠가 보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TV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H.O.T와 젝스키스 아닌 김종환"
2012년 8월 21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7' 10회 에피소드. H.O.T와 젝스키스 팬클럽은 골든디스크 시상식 당일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H.O.T의 '빛' 젝스키스 '커플'이 그해 최고의 사랑을 받았고 두 팬클럽은 서로 대상이 본인의 차지라고 우긴다. 시상식은 시작됐고 영예의 대상 호명 차례. 장내는 H.O.T와 젝스키스의 이름으로 사회자의 말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 MC의 입에서 호명된 사람은 두 팀이 아닌 김종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로 시작되는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는 당시 불법으로 판매된 '길보드차트(리어카 카세트 테이프)' 포함 비공식 판매량이 300만에 이르렀다. 비공식 판매를 제외하더라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대상이었다.
김종환은 1985년 옴니버스 앨범으로 데뷔했다. 1996년 발표한 '존재의 이유'가 당시 60% 이상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드라마 '첫사랑' O.S.T로 쓰이며 동반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나온 노래가 '사랑을 위하여'다. 목을 긁는 듯 허스키한 김종환의 음색과 현실적인 가사는 중장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종환은 훗날 자신의 전성기 시절을 돌이키며 "내가 H.O.T와 젝스키스를 제치고 골든디스크 대상을 탄 것은 지금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회상했다.
한 앨범으로 신인상, 다음해 대상
H.O.T·SG워너비·엑소는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을 받고 다음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변진섭은 다르다. 그는 1988년 6월 발매한 데뷔 앨범 '홀로 된다는 것'으로 그해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받는다. 1집은 해를 넘어가서도 히트했고 후속곡 '너무 늦었잖아요'로 대상을 받는다. 한 앨범으로 신인상과 대상을 연속으로 받은 건 31년 골든디스크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그만큼 변진섭의 정규 1집은 한 해가 아닌 2년을 걸쳐 전 앨범 골고루 사랑을 받은 수작으로 꼽힌다. 그리고 1989년 10월 낸 정규 2집 '너에게로 또 다시'로 또 한번 대상을 거머쥔다. 여기에 '너에게로 또 다시'로 음향상·작사상·작곡상 등 다관왕을 차지했다.
변진섭은 당시를 떠올리며 "골든디스크가 유독 명예스러웠다. 방송국 대상보다도 위라고 봤다. 음반을 가장 많이 판 가수가 받는 상이다보니 더욱 그랬다. 가장 현실적인 인기의 척도였다. 나 같이 방송보다 공연이나 음반 판매에 치중하면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은 가수들에게는 정말 욕심을 갖게 한 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