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감독으로 선임되기 전 축구인 A씨가 예상한 말이다. 그의 전망대로 신 감독이 U-20 월드컵을 이끌게 됐다.
A씨가 꺼낸 이 말에는 '가시'가 있다. 한국에 신 감독을 제외하고 U-20 월드컵을 이끌만한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U-20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지도하려면 우선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또 여러 대회에서 업적을 쌓았던 검증된 감독이어야 한다. 이슈를 만들고 팬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이름값도 필요하다. 현재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 신 감독이다.
A씨는 "안익수 감독이 사퇴하면서 (이미) 신태용 감독이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신 감독 하나였다"며 "소속팀이 있는 감독을 무작정 데리고 올 수 없는 노릇이다. 클럽 감독들도 성인이 아닌 청소년 지도에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한국 축구 지도자 '인재풀'이 좁다는 의미다.
A씨는 이런 상황을 '예견된 참사'라고 표현했다. 신 감독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신 감독이 국가대표팀에 남아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하는 것이 한국 축구를 위해 낫다고 생각한다. 코치로서 월드컵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협회 지도자는 정말 인기가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지도자들은 협회를 떠났다"며 "협회가 지도자를 뺏기는 장소로 전락했다. 지도자들이 협회에 잠시 들어가 자신의 가치를 높인 뒤 클럽 감독으로 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대로 최근 몇년 사이에 협회 기술위원과 전임지도자, 대표팀 코치 등 핵심 인력들이 약속이나 한 듯 협회를 빠져 나갔다. 김학범(56)과 장외룡(57), 최순호(54), 최진철(45), 박건하(45), 강철(45) 등이 협회와 이별한 뒤 클럽의 손을 잡았다.
신 감독이 U-20 대표팀으로 가면서 국가대표팀 코치 한 자리가 비었다. 이 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인재풀이 좁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외국인 코치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회는 외국인 코치 한 명을 슈틸리케 감독과 상의해서 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씨는 고 이광종 감독처럼 꾸준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금 협회에 이광종 감독과 같은 꾸준한 지도자가 없다"며 "협회는 큰 대회가 있을 때마다 네임밸류가 높은 스타 감독으로 채우기보다 어린 연령대 대표팀부터 차근차근 올라올 수 있는 '확실한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길을 찾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