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마드리드 더비로 결정됐다. 모든 축구팬의 시선이 유럽 축구의 중심지 마드리드를 향할 때 필자는 그 곳에서 차로 50여분을 달리면 나오는 과달라하라라는 작은 도시를 찾았다. 그곳에서 선수의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한국인 선수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리그는 1부 프리메라리가를 시작으로 2부 세군다A, 3부 세군다 B, 4부 떼르세라, 5부 프레페렌떼 등으로 해서 하부리그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세군다B는 바르셀로나B팀이 뛰는 리그로 잘 알려져 있다. 세군다B는 1-4까지 지역에 따라 그룹이 나누어져 있고 각 그룹당 20팀씩 뛰며 상위팀과 하위팀의 승강제도가 있다. 이번에 만난 선수는 세군다B에서 뛰고 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그 선수의 이름은 이준호(22·과달라하라FC)다.
올해 만 21세가 되는 이준호는 광양제철남초와 광양제철중, 광양제철고를 거쳐 프로의 꿈을 꿨다. 하지만 프로팀에 지명받지 못하자 졸업과 동시에 K3리그 청주 직지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청주 직지에서 뛴지 1년 뒤인 2014년, 더 큰 세상에 대한 갈증을 느껴 새로운 도전의 선택했다.
그 도전은 스페인에서 시작되었다. 테스트를 거쳐 마드리드 지역에 있는 4부리그 비칼바로에 입단해 2013~2014시즌 떼르세라 리그에서 스페인 무대에 데뷔했다.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이 곳에서 꼭 새로운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과 돌아갈 곳이 없다는 각오로 버텨내며 열심히 뛰었다.
이준호의 노력은 상위 리그인 3부리그 과달라하라의 스카웃 제의로 보답받았다. 과달라하라에 입단한 이준호는 2014~2015시즌부터 현재까지 지금의 팀에서 뛰고 있다. 팀은 20개 팀 중에 15위에 올라 있지만 이준호는 20경기 가량 선발 출전하며 팀에서 주전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머나먼 타국땅에 꿈을 찾아 날아왔고 그 꿈을 조금씩 현실로 바꿔나가고 있는 '무명의 반란'이다. 다음은 이준호와 일문일답.
-왜 이곳에 왔으며 언제 왔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와 대학을 포기하고 K3 청주 직지에 입단해서 경기를 뛰었다. 한 시즌 뛰었는데 아는 지인 분이 스페인팀 테스트를 권유하셔서 바로 결정하고 2014년 3월에 왔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도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어느 팀에 소속되었고,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 "처음에는 떼르세라 리그 팀에서 테스트를 보고 입단하게 되었다. 그 팀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뛰었다. 그랬더니 상위리그인 현재 팀인 과달라하라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이번 시즌에 20경기 이상 출전하였는데 성적부진의 이유로 감독님이 바뀐 후에 교체멤버로 뛰는 중이다. 열심히 해서 다시 인정 받고 싶다.
-포지션은? "윙어와 윙백을 오가면서 플레이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선배이자 현재 잉글랜드리그에서 뛰고 있는 윤석영 선배와 같다.
-힘든 점은 무엇인가?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축구하기도 힘든데 타국에서 하다 보니까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언어의 장벽같은 것이 많이 느껴져 마음이 힘들다. 그리고 외로울 때가 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동안 부상으로 경기를 못뛸 때 였다."
-계약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다음 시즌까지다. 물론 다른 팀으로 이적하길 원한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시즌 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곳에서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도시가 작아서 별로 할 게 없다. 운동이 끝나면 주로 헬스하고 스페인어 강의듣고 산책하고 그렇게 지낸다. 아주 가끔씩 마드리드시내에 나가기도 하는데 멀어서 자주 못 나가간다."
-앞으로의 목표는? "유럽에 나왔으니까 일단은 유럽에 머물면서 유럽리그에서 뛰고 싶다. 그래서 한국에서 꿈을 펼치지 못했던 무명의 선수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다. 아직은 부족하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도 자신을 몰라준다 해도 괜찮다. 다만 더 큰 무대에서 마음껏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 스스로 만족하는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묵묵히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작은도시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