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남남(男男) 커플을 내세운 3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한다. 16일 송강호·유아인 주연의 영화 '사도'(이준익 감독)를 시작으로 권상우·성동일 주연의 '탐정: 더 비기닝'(김정훈 감독)과 설경구·여진구 주연의 '서부전선'(천성일 감독)이 그 뒤를 잇는다.
사극·코믹 범죄추리극·코믹 전쟁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채워지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렇다면 개봉 영화 3편에 대한 전문가 3인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도'(9월 16일 개봉)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비정한 아버지 송강호(영조)와 한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유아인(사도 세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송강호·유아인을 향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황산벌'·'왕의 남자' 등 사극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이준익 감독이 만났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봉석 영화 평론가
"가장 익숙한 소재다. 연령층으로 봤을 때 40~50대도 유입할 수 있는 영화다. 누구에게나 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이 다뤘던 이야기다. 관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황진미 영화 평론가
"역사적인 사건을 부자간의 갈등으로 축소했다. 영조와 사도 세자를 이용해 386세대의 부모와 2030 자식 세대의 갈등을 보여줬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송강호·유아인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반면 전체적으로 정통사극을 표방했다고 했는데 정통사극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정통사극은 정치적인 해석과 역사적인 사실이 훨씬 더 가미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준익 감독이 균형감을 잃었다. 이에 이야기가 끝까지 팽팽하게 가지 못했다"
+송효정 영화 평론가
"웰메이드 사극이다. 무거운 주제를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으로 잘 풀어냈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감에 비해 결말이 약하다."
▶'탐정: 더 비기닝'(9월 24일 개봉)
'탐정'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만화방 주인 권상우(강대만)와 레전드 형사 성동일(노태수)의 비공식 합동 수사작전을 담은 코믹추리물이다.
9년 만에 코믹 영화로 돌아온 권상우와 애드리브의 달인 성동일이 호흡을 맞췄다. 깨알 웃음을 안기는 명콤비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 작품은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기도 하다. 무려 588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탄탄한 시나리오다.
+김봉석 영화 평론가
"코미디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권상우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던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성동일은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두 사람의 조화가 강점이다. 하지만 추리물이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추리물이 가족 영화로서 적합한가? 그게 마음에 걸린다."
+황진미 영화 평론가
"'탐정'은 코믹과 추리 양자를 만족시켜준다. 추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코믹이라고 해서 설레발을 치거나 가벼운 농담을 깔지 않는다.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도 좋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감정 이입의 대상은 아니지만, 여성을 혐오하는 조직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성 혐오 의식이 깔려 있어 우려스럽다."
+송효정 영화 평론가
"영화 3편 중 제일 가볍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배우 파워가 약하다. 관객 동원력이 다른 영화에 비해 떨어진다. 결국, '탐정'의 흥행 관건은 초반 입소문이다. 입소문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 같다."
▶'서부전선'(9월 24일 개봉)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설경구(남복)와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여진구(영광)가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 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휴먼 드라마다. 전쟁이란 소재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탄탄한 연기력의 설경구와 여진구가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30살의 나이 차지만, '사도'·'탐정'에 밀리지 않을 만큼 흐뭇한 '케미'를 발산한다.
+김봉석 영화 평론가
"전쟁이라는 시점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설경구와 여진구가 코믹 연기를 한다는 점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제일 애매하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걸 코미디로 풀어낼 수 있겠지만, 되레 소재가 단점이 될 수 있다."
+황진미 영화 평론가
"여진구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다. 아역 출신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스케일이 큰 배우다. 연기의 폭이 유아인에 밀리지 않는다. 설경구와 붙어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가 많은데 '서부전선'은 졸병과 졸병이 만난 이야기다. 러닝타임 대부분을 두 사람을 이끌고 간다. 잘못하다간 코믹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전쟁이란 소재 자체가 무게감이 있는데 코믹으로 어떻게 표현해낼지 관건이다."
+송효정 영화 평론가
"한국 영화에서 분단을 다룬 영화는 인기가 많다. 분단을 휴먼 코미디로 풀어냈다. 대중이 좋아하는 재미가 가미돼 전반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다. 설경구와 여진구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남남 커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