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박용우를 합친 말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최고 스타 기성용에 비하면 박용우는 무명이다. 그러나 '될 성 부른 떡잎' '제2의 기성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년에 등번호 34번의 박용우 유니폼을 꼭 사겠다"고 말하는 서울 서포터즈도 꽤 많다. 서울은 최근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2위에 올라있는데 박용우도 한 몫 톡톡히 했다.
◇기성용 닮은꼴
박용우와 기성용 둘 다 186cm의 장신 미드필더다.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로 기성용에겐 '기택배'란 별명이 붙었는데 박용우의 패스도 정교하다.
또한 기성용처럼 박용우에게도 든든한 '사커대디'가 있다. 기성용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이 아들을 학창시절 호주로 유학 보내는 등 극진하게 뒷바라지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박용우 아버지 박공재(53)씨도 축구선수 출신이다. 박씨는 여범규 전 광주FC감독 동기로 프로팀 유공(현 제주)의 스카우트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아마추어팀 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 은행원으로 변신해 지금은 우리은행 일산 지역의 한 지점장을 맡고 있다.
박공재씨 제공
박용우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개인 레슨 덕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박씨는 "주말에 (박)용우를 따로 불러 혹독하게 기본기를 가르쳤다"고 회상했다. 박용우는 고된 훈련을 군말 없이 소화했다.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아버지와 한 약속 때문이었다. 원래 박씨는 아들에게 운동을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박용우의 고집을 꺾지 못해 허락하며 "중도에 그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박씨는 '맹부삼천지교'의 표본이다.
이왕 축구를 할 거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생각에 4학년 때 유소년 축구의 산실 광양제철초등학교로 아들을 전학을 보냈다. 경기도에 살던 온 가족이 광양으로 이사했다. 이후에도 박용우는 초등학교 때 두 번, 중학교 때 세 번, 고등학교 때 두 번 학교를 옮겨다녔다. 박씨는 "학생들을 때리는 등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면 미련 없이 전학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박용우가 가장 고마워하는 은사는 춘천기계공고 시절 유상철(현 울산대) 감독이다. 박씨는 "용우가 유 감독 밑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멀티 능력 겸비
박용우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러나 재능이 많아 학창시절 골키퍼 빼고 다 해봤다. 멀티 능력은 때론 독이 됐다. 한 포지션에서 꾸준히 자리잡지 못해 실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다행히 건국대 재학 시절 서울 김현태 스카우트 팀장 레이더망에 걸렸다. 김 팀장은 "마침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는데 박용우가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박용우를 추천했고 건국대는 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연습 경기를 가졌다. 일종의 최종 면접이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엄지를 들었다. 박용우는 작년 말 자유계약으로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올 초 괌과 가고시마 동계 전훈에서 이미 눈도장을 받았다. 서울과 연습 경기를 한 J리그 팀이 박용우 임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용우는 4월 12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클래식 데뷔전을 치렀다. 최 감독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큰 키에도 유연한 몸놀림과 헤딩력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을 가진 박용우를 과감히 기용했다. 승부수는 성공이었다. 박용우는 최근 중앙수비수로도 변신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최 감독은 박용우에 대해 "제2의 기성용이 되지 말한 법이 없다"고 했다.
물론 아직 단점도 많다. 그는 내성적이다. 최 감독이 "하루에 세 마디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농담할 정도다. 이 때문에 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버지 박씨는 "악착같은 승부욕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용우와 아버지는 개막 전 "딱 10경기만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미 9경기나 소화해 목표치 초과 달성이 확실하다. 박용우는 "프로는 아마추어와 레벨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좋은 선배들에게 많이 배워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