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이 말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다.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훈련 도우미로 나선 경성대 3인방이 돈을 주고도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매일 행복함에 살고 있다. 윤영환(현 경성대 감독) 대표팀 코치는 "선수들이 더 크게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성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외야수 김명훈(20)과 김종성(20), 포수 김용배(21)군은 윤영환 코치의 추천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대표팀 선수들의 허드렛일부터 훈련 보조까지 다양한 일을 소화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편안한 합숙소 생활과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이들을 고용한 것이다. 김명훈 군은 "18일까지 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쓰면서 형들의 필요한 일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형들이 숙소에 오기 하루 전인 14일에 미리 와서 방마다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 가방도 다 옮겨 뒀다"라고 말하면서 웃더니 작은 소리로 비밀얘기를 하듯 속삭였다. "장비 가방을 옮기면서 다같이 슬쩍 봤는데, 우리들이 쓰는 것 하고는 완전 다르더라. 진짜 좋고…. 프로은 역시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짧게 깎은 머리와 앳된 얼굴 속에서도 프로을 향한 동경의 눈빛이 강하게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대표팀의 훈련이 시작되면 김명훈과 김종성군은 배팅볼 투수로, 김용배군은 불펜 포수로 나선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동경하는 프로, 거기에서도 별 중에 별들만 모여있다는 대표팀과 한 그라운드 안에서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행복이다. 김종성군은 "진짜 특별한 경험이다. 감독님이 '셋이 가자'라고 해서 따라왔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애들은 지금 계속 학교에서 훈련 중이다. 계속 휴대폰으로 문자가 온다. 대부분 '부럽다', '특정 선수는 어떠냐', '좋냐' 등의 반응이다"라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난 2010년 금메달의 영광을 누렸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에도 대학생 훈련 도우미 3명이 대표팀에 합류했었다. KBO 관계자는 "그때도 경성대 학생 3명이 와서 대표팀의 훈련을 도왔는데, 지금 그 학생들 중에 2명이 프로에 갔다"면서 "바로 윤완주(KIA)와 한동민(SK)이다. 대표팀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영향이 있기 않겠냐"고 귀띔했다. 윤완주와 한동민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각각 KIA와 SK에 입단했다. 운영환 코치는 "학교에서 제일 똘똘한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면서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큰 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제 2의 윤완주와 한동민이다. 아마 시절 어떤 이유로든 대표팀 합류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 짧은 기간 안에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김명훈군은 "형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나, 체격 조건, 운동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보고 배울 생각"이라고 했다. 김종성군은 "방망이나 글러브 등 장비 중에서도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안 좋은 것인지를 알고 싶다. 프로에서 쓰는 것은 확실히 질이 다르다"고 말했으며, 김용배군은 "포수 형들이 공을 받거나, 블로킹하는 것 등을 옆에서 보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눈으로 익혀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