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30일 K리그 30년 주년 레전드 베스트11을 발표했다. 9만여 명의 축구팬과 126명의 언론 기자단, 100명의 축구인이 투표를 통해 베스트11을 뽑았다. 비중은 팬 투표가 30%, 축구인 투표가 40%, 기자단 투표는 30%였다.
연맹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공격진에서 황선홍(45) 포항 감독이 29.1%의 지지를 얻어 최순호(48) 대한축구협회 부회장(17.3%)과 함께 레전드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들이 뽑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레전드가 K리그에서 세운 기록은 다른 후보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에서 103경기에 나와 50골을 넣었지만, K리그에서는 7시즌 동안 31골(64경기)에 그쳤다. 최순호 부회장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95경기에 나와 30골을 기록했지만 K리그에서는 23골(100경기)에 머물렀다.
두 레전드 모두 선수 시절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적은 없다. 한 축구팬은 "황선홍과 최순호는 분명 한국 축구에 큰 획을 그은 것이 맞다. 그러나 프로축구 무대에서 'K리그 30년'을 대표할 만한 활약을 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팬들은 "A대표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공격수들은 K리그에서 100골 넘게 넣고도 이번 투표에서 묻혔다"고 했다. 이동국(34·전북) 이전에 프로축구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던 우성용(40) 인천 코치는 8명의 공격수 후보 중 7위(4.7%)에 머물렀다. 1996년 부산에서 데뷔한 우성용 코치는 2009년 인천에서 은퇴할 때까지 14시즌 동안 116골(439경기)을 넣었다. 257경기에 나와 114골을 넣은 김도훈(43) 강원 코치는 4위(12.6%)에, 300경기에서 101골을 넣은 윤상철(47) 경신고 감독은 3.8%의 지지를 받아 꼴찌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3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 측 관계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는 국가대표 경기가 있어도 리그가 쉬지 않았다. 최순호와 황선홍 같은 특급 공격수들은 K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순호 부회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이 있던 시즌에 포항에서 9경기 출전에 그쳤고, 황선홍 감독도 1994년 월드컵 당시 프로축구에서 14경기만 뛰었다. 이 관계자는 "K리그에서의 활약만 보고 전체 국민의 호응을 받기엔 권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K리그를 기반으로 팬들의 지지도와 공헌도를 전반적으로 본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