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좋은 투수의 필수 조건으로 빠른 구속과 제구력으로 꼽는다.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부했다. 바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마음가짐이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L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전날 호투를 펼친 신인 투수 김성호(23)를 칭찬했다. 김성호는 24일 LG와의 시범경기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무안타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단 9개의 공으로 세 명의 타자를 처리한 가운데 볼넷은 기록하지 않았고, 삼진은 1개를 뽑아냈다. 양승호 감독은 "김성호에게는 다른 주문은 하지 않는다"면서 "그냥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한다. 투수들은 다른 거 생각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공만 뿌리면 된다. 현재까지는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양 감독은 평소 투수들에게 빠른 투구를 할 것을 주문한다. 마운드에서 인터벌이 길어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구속과 제구 모두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생각없이 던지는 자세, 즉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거절하는 것도 나쁜 버릇이라고 지적했다. 양 감독은 "작년에 이재곤이 부진할 때 포수 사인을 자주 거절했다. 당시 이재곤에게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들면 내보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준 적이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24일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명우와의 재미 있는 내기 얘기도 들려줬다. 이명우가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면 양승호 감독이 맛있는 밥을 사주기로 약속했고, 반대로 이명우가 주자를 출루시킬 경우 양 감독에게 커피를 사야하는 내기였다.
결과는 양 감독의 승리였다. 이명우는 5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이대형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실점했다. 그러나 내기를 잊었는지 이명우는 이날 커피를 사오지 않았다. 양 감독은 "언제 사오나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